최근 올림픽의 중계권은 개최지가 결정되기도 전에 여러 대회를 묶어서 일괄 계약되고 있다. 이는 안정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의도와 킬러 콘텐츠를 미리 확보하려는 미디어기업의 전략이 일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과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 중계권의 일괄계약은 시청자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할까?
일본에서도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은 2019년 11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4개 대회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방송사업자는 재팬컨소시엄(JC)을 구성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진행해 왔다. JC는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4개 대회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료는 975억 엔이다. 중계권에는 일본 국내에서 TV와 라디오방송,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전송까지 모든 미디어 권리가 포함된다.
JC는 하계올림픽은 1976년 몬트리올대회부터, 동계올림픽은 1998년 나가노대회부터 중계권을 확보해 무료방송을 추진해 왔다. JC는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4년 파리올림픽의 중계권도 확보했다.
2023년 1월 IOC는 2024년 파리올림픽 이후 하계, 동계 4개 대회를 한꺼번에 묶어서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하계, 동계 4개 올림픽 중계권은 유럽 중계권을 계약했다. IOC와 계약한 것은 유럽방송연합(EBU)과 미디어복합기업(media conglomerate)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Warner Bros. Discovery)이다. 중계권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IOC는 2022년 4월부터 중계권 입찰을 시작했다. 입찰에서 EBU와 WBD는 공동으로 유럽 48개국과 이스라엘의 모든 미디어 중계권을 요구했다.
계약내용을 살펴보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Milano-Cortina) 동계올림픽, 2028년 LA올림픽, 2030년 동계올림픽(개최지 미정), 2032년 브리즈번(Brisbane) 올림픽이다. 이들 대회의 중계권과 함께 이들 대화와 함께 열리는 유스올림픽 중계권도 포함되었다.
EBU가 확보한 중계권은 4개 대회의 텔레비전과 디지털 플랫폼의 무료방송과 전송권이다. EBU가 IOC에 제시한 중계계획에 따르면, 동계올림픽에서 최소 100시간 이상, 하계올림픽에서는 200시간 이상 TV 방송을 실시하는 것 이외에 라디오와 온라인의 라이브중계를 실시하고, 웹과 앱을 통한 다시보기 서비스, 소셜미디어를 통한 올림픽 뉴스와 하이라이트 전송 등 거의 모든 미디어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WBD는 그룹 산하의 유로스포츠(Eurosport) 등에서 유료방송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라이브 유료 전송권과 VOD서비스 관련 권리도확보했다. 유로스포츠는 유럽 등 세계 59개국에서 유료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BU는 공영방송사의 연합인데, 유료 미디어 WBD와 손을 잡고 공동입찰에 나선 것은 의외이다. 미디어업계에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2015년에 3억 유로를 들여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4개 대회의 유럽내 독점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를 독점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유료방송과 전송서비스 디스커버리+(discovrey+) 이용자를 늘렸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유럽에서 플랫폼 방문자 수가 1억 5,60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19배가 넘는다. 거액의 계약금도 유럽 45개국 방송사업자에 중계권을 서브라이센스로 판매해 투자액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한다.
이번 공동입찰은 2021년 도쿄올림픽 기간중에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양진영은 협상이 경쟁사업자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물팀에서 협상을 추진했으며, 극비로 입찰 분비를 진행했다고 한다.
WBD는 디스커버리와 워너 브라더스가 합병해 2022년 4월에 탄생한 미디어복합기업이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영화, TV, 온라인전송을 묶는 공룡기업이 생겼다. 합병규모는 430억 달러, 우리돈의 53조에 이른다. 디스커버리의 유료 서비스 디스커버리+와 워너 브라더스의 유료 서비스 HBO MAX는 2023년 4월에 MAX로 통합했다. MAX는 2023년 5월부터 런칭을 시작해 Netflix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공룡이 된 WBD는 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하지 않고 EBU와 손을 잡은 것일까? 중계권 확보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경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WBD는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서브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할 필요도 사라졌다. WBD로서는 부담을 줄이게 되었다.
WBD는 2018년에서 2024년까지 4개 대회의 유럽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했는데, 서브라이센스 계약은 순탄하지 않았다. 디스커버리는 45개국 방송사업자와 서브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독일과는 협상이 결렬되는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또한 국가별로 개별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유럽에서 방송시간과 서비스 내용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에 디스커버리와 IOC에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EBU로서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EBU는 1956년부터 올림픽을 중계하기 시작했다. 보편적 시청권을 주장하는 EBU는 올림픽 중계권을 되찾았다며 공영방송에서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EBU는 회원국에서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유럽에서 10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브라이센스로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BBC는 중계방송과 전송서비스를 대폭 축소해 시청자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을 들어야 했다.
중계권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연합과 유료 플랫폼의 밀월관계는 최근 비용분담의 관점에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위험은 분담하면서 권리는 공유한다는 것이다. 양진영은 2023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대회 등 여러 스포츠이벤트에서 유럽의 중계권을 공유하고 있다. 무료방송과 유료방송, 온라인전송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림픽 중계권도 공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EBU는 무료로 모든 경기를 중계하게 된 것일까? IOC에 따르면, EBU는 지상파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에서 무료방송과 온라인 전송권을 확보했지만 올림픽의 모든 경기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 모든 경기는 유료 플랫폼 WBD가 확보했다. EBU가 지상파방송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국가별 서비스의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BU는 하계올림픽을 200시간 이상 중계하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무료로 중계할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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