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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편적 시청권 논의

보편적 시청권이란

누구나 중요한 스포츠대회나 국가적인 행사를 보고 싶어 한다. 직접 볼 수 없는 때는 TV를 통해 본다.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대회나 국가 행사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권리를 보편적 시청권이라고 한다.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이미 보편적 접근권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 보편적 시청권

일본은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법규나 제도는 존재하지 않다. 그렇지만 방송사업자의 자율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되고 있다. 시청자의 권리를 직접 보장하는 규정은 없지만, 방송의 목적을 ‘국민에게 최대한 보급되어 그 효용을 보장하는 것'(방송법 제1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영방송 NHK는 ‘공공의 복지를 위해 널리 일본 전국에서 수신할 수 있도록 풍요롭고 고품질의 방송프로그램'(방송법 제15조)을 방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정에 의거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벤트나 행사는 지상파방송으로 전국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림픽 대회나 월드컵 축구경기는 지상파방송을 통해 전국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해 왔다. 지상파 민방은 네트워크 가맹사가 없는 지역에서는 타지역 가맹사에서 중계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율규제는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으로 구성된 재팬컨소시엄(JC: Japan Consortium)가 방송사업자의 연합체와 협의체로 기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보편적 시청권이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중계권을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퍼펙TV(현 스카파JSAT)가 먼저 확보하면서 지상파방송으로는 시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위성방송을 독점하는 스카이퍼펙TV는 64경기를 135억 엔에 확보했다. 월드컵을 등에 업고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한편 JC와 ISL의 중계권 협상은 월드컵을 1년 앞둔 2001년에 결렬되었다. ISL이 250억 엔을 요구한 반면, JC는 100억 엔을 제시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제 월드컵을 유료방송으로 시청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며 우려했다.

결국 JC는 40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65억 엔(추청)에 계약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방송법에서 규정한 방송의 목적(제1조)과 NHK의 목적(제15조)으로도 충분하며, 방송사업자의 편집의 자유를 보장해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강했기 때문이다.

 

JC의 역할: 연합체・협의체

JC는 컨소시엄을 넘어 조정자로서 기능한다. 올림픽과 월드컵의 중계권 협상에 나설 뿐만 아니라 방송사업자의 중계경기를 나누고 중계방식까지 조정한다. 중계권을 확보하면 중계권료를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이 우선 나눈다. 일반적으로 올림픽은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이 7 대 3으로, 월드컵은 6 대 4로 부담한다. 대신 NHK는 주목도가 높은 경기를 중계한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이 확보한 경기는 도쿄 키스테이션 5사의 편성책임자가 모여 재분배한다. 일반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를 정한 뒤, 차례대로 중계하고자 하는 경기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일본대표팀 경기를 뽑은 방송사는 환호성을 지르지만, 중요한 경기를 놓친 방송사는 시청률을 걱정한다.

 



모든 방송사가 추첨결과에 승복한다. 중계경기를 결정되면 방송사마다 편성전략과 광고전략을 짜게 된다. 이때 방송사는 자사에 배정된 경기만을 중계하며 중복편성은 하지 않는다. 예전에 중복편성을 한 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중복편성으로 시청자의 불만이 많았고 이후 방송사는 순차편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OTT시대의 스포츠 중계권

그러나 올림피과 월드컵의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중계방송을 하더라도 적자에 빠지는 경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림픽의 경우,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자국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방 전체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3개 하계대회 연속으로 적자에 빠진 것이다. 도쿄올림픽은 중계권료가 급등한 반면, 장시간방송으로 제작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월드컵은 일본대표팀이 본선에 진출한다는 보장도 없다. 본선에 오른다 해도 16강까지 3경기뿐이다. 일본대표팀 경기를 확보한 방송사는 시청률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청률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JC에서 이탈하는 방송사가 나오기도 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NTV와 TBS, TV도쿄가 JC에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OTT서비스가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보편적 시청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ABEMA는 64경기를 무료로 생중계했다. 중계권료는 200억엔으로 추정된다. ABEMA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결국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올림픽 중계권은 JC가 장기 일괄계약과 모든 미디어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월드컵은 지상파와 OTT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OTT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확보할 경우에는 보편적 시청권은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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